벤자민 휴버트 레이어스튜디오 대표
‘어떻게 해야 인간적인 소통’ 고민이
서비스 변화 가져오는 놀라운 원동력
“디자이너이자 창작자로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격변의 시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엄청난 행동 변화의 유인이 되고 있고, 우리 모두의 삶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이보다 명확했던 적은 인류 역사상 없었죠. 이는 모든 유형의 제품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14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21 연사로 나선 영국의 대표적인 젊은 디자이너 벤자민 휴버트(37)는 ‘변화’를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변화하는 시대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our changing times)’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화상 강연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등 여러 이슈에 대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팬데믹으로 인해) 최근 세워진 장벽들이 이제 거의 영원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가 예전처럼 인간적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란 질문이 서비스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놀라운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자인에 대해선 “늘 필요했던 대규모 공장 환경 없이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을 의미한다”며 3D 프린팅을 핵심 기술로 언급했다. 그는 “물질적 필요를 넘어 감정적 요구까지 맞춘 진정한 ‘맞춤형(Tailor-made)’ 제품을 생산해 개별 사용자에게 훨씬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면서 “비용과 접근성, 높은 기술 역량 등 모든 과제를 감안하고도 (3D 프린팅은) 정말 흥미로운 플랫폼”이라고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그의 디자인 철학은 흥미로웠다. 휴버트는 “어떤 제품을 정말 오래 사용할 수만 있다면, 사실 그 제품을 무엇으로 만들었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심지어 재활용 여부가 있는지도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직관에 매우 반대되는 것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예컨대 20년 동안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그 물건에 대한 초기 에너지 투자는 매우 적은 양으로 상각돼 실제 탄소발자국이 믿기 힘들 정도로 작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누군가 이 물건을 10~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을지, 이 물건을 집안의 가보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둔 디자인을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이끄는 스튜디오 ‘레이어(Layer)’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우리는 그저 사람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구식 디자인 컨설턴트사가 아닙니다.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의식적으로 올바른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한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비즈니스를 위한 훌륭한 디자인과 개인과 지구를 위한 사려 깊은 디자인,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두헌 기자
배두헌 badhoney@heraldcorp.com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3&oid=016&aid=0001899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