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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사람들의 문화·행동 녹아있는 공간…UX디자인 ‘안전’이 최우선” [헤럴드디자인포럼2022]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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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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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핸들에 들어가는 버튼은 몇 개가 좋을까? 버튼엔 어떤 기능이 들어가야 할까? 와이퍼 스위치는 오른쪽이 좋을까, 왼쪽이 좋을까? 볼륨 조절은 몇 단계로 나누는 것이 가장 편할까?"

 

자동차의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들이 늘 하는 고민이다. 자동차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공간이자 거대한 운송 기계다. 백여 년 넘는 자동차 역사 속에서 UX 디자이너들은 운전자가 보다 쉽고 안전하게 차량을 조작할 수 있도록 내부를 발전시켜 왔다.

 

오는 9월 27일 '헤럴드디자인포럼 2022'의 연사로 나서는 박수레 전 포르쉐 UX 디자이너도 독일 포르쉐 본사에서 일하며 세계적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내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인물이다. 그는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저자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UX디자이너를 '심미적·기능적·상징적 가치를 제품이 제대로 제공하는지 고민하고 개선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실제 그는 이 같은 고민의 흔적을 담은 제품을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렸던 '국제모터쇼'(IAA)에서 선보여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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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모터쇼는 사람이 많고, 차 한 대당 한두 명밖에 탈 수 없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차량의 UX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박 작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포르쉐에선 처음으로 '차량 내 경험'(in-car experience)이 가능한 별도의 인테리어 모델을 선보였다. 각종 조작부가 모여 있는 대시보드 영역과 시트만 따로 떼어 내 관객들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꼭 차량 내에 앉지 않아도 근방에서 차량의 조작부를 직관적으로 관찰하기 쉬워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박 작가는 최근 들어서는 자동차 경험의 본질이 달라질 수 있단 생각을 한다. 과거에는 자동차 내에서 '운전'이란 육체적 움직임이 자동차 경험의 대부분이었다면, 전동화·자율주행차 등의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다음 세대에겐 운전이 자동차 경험의 본질이 아닐 수 있단 의미다.

 

박 작가는 "요즘은 차량 내부의 커다란 디스플레이 덕에 자동차를 디지털 기기로 인식하는 변화까지 엿보인다"며 "CES와 같은 전통적인 전자 박람회에도 자동차가 등장하는 세상"이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최근 신차들이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고 터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자동차 문화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할 문제, 바로 '안전' 때문이다. 박 작가는 "운전 중 휴대폰 조작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인데 왜 자동차 터치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물리적 인터페이스는 만지는 것만으로 무슨 버튼인지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며 "반면 터치는 보고 조작해야 하는 만큼 전방주시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터치를 위해선 운전자가 손가락이 닿는 범위까지 스크린에 가까워져야 하는데 이 경우 운전자의 초점거리가 바뀌어 위험하단 지적이다. 또 어딘가에 지지하지 않고 공중에서 화면까지 손가락을 이동하는 것 역시 그는 인지적 부담이 큰 작업이라고 봤다.

 

박 작가는 자동차가 디지털·개인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는 우리가 디자인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 중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하는 물건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대격변기인 현재가 자동차의 UX 디자인이 가장 진보할 수 있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박 작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만나는 기회의 영역이 바로 자동차"라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던 2000년대 후반을 기억한다면, 아마 자동차엔 지금이 그런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자동차는 백여 년간 사람들의 문화와 행동이 모두 녹아 있는 공간"이라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여간다면, 사람이 머무르는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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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레#자동차UX디자인#자동차디자인#UX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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